이 책은 술을 끊었다는 기록이 아니다.
술을 둘러싼 한 인간의 시간과 태도를 돌아본 조용한 사유의 기록이다.
술은 오래도록 인류의 곁에 있었다.
기쁨을 나누는 잔이 되었고,
슬픔을 견디는 위로가 되었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잠시 허물어 주는 매개가 되었다.
그러나 그 잔이 언제나 축복이었는지는,
끝내 각자의 몫으로 남았다.
저자는 지난 수십 년간 술과 함께 웃고, 울고, 버텨온 시간을
찬미도 단죄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되짚는다.
술이 주는 온기와 위안,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던 느슨함과 흔들림을 숨기지 않는다.
이 책에서 술은 죄인이 아니다.
다만 술잔이 채워질 때마다 드러나던
‘나 자신’이 있을 뿐이다.
『酒詠頌』은 절제를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잔을 채우기 직전의 그 짧은 순간,
마음을 돌아보는 경계의 태도를 묻는다.
웃음이 비굴해지지 않도록,
눈물이 주정으로 흐르지 않도록,
혼백이 끝내 어두워지지 않도록.
이 책은 술을 마시는 이에게도,
술을 내려놓은 이에게도,
그리고 여전히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한 편의 낮은 음성이다.
술잔 앞에서가 아니라,
삶의 경계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 본 사람의 기록.
목차
서문 1
酒詠頌(술을 읊조리는 노래) 4
1장: 시작 – 잔을 내려 놓는다 5
結心瞬間(결심의 순간) 6
臾愼酒(잠시 술을 삼간다) 9
添盃時戒(술잔을 더할 때의 경계하라) 12
三盃之戒(석 잔의 경계) 17
2장: 습관 – 몸이 먼저 기억하던 것들 21
一盃之讚(한 잔의 찬미) 22
節酒而愼(술을 절제하고 삼간다) 25
忍而待(참고 기다리며) 29
3장: 결핍 – 비워진 밤의 기록 33
世事常然(세상사 다 그런 것) 34
不得已愼酒 (술을 부득이 삼가하네) 36
拗三者(煙•酒•情) 41
질긴 것들 45
4장: 관찰 – 취기 없는 정신 48
眼晶換術(눈의 수정체 치환 수술) 49
視思明(볼 때는 밝음을 생각하라) 53
濯心鏡(마음의 거울을 씻다) 57
不便上歇(불편함 위에 잠시 서다) 62
豈禁斷現(어찌 금단 현상이 보이지) 66
欲求續隱(욕구는 은밀하게 계속된다) 71
新歡來(새로운 기쁨이 찾아오고) 75
盡未極 (다한 듯하나 끝에 이르지 않네 78
5장: 관계 – 술 없이 마주 앉다 82
將壻來(예비 사위가 오다) 83
定道自信(길을 정하고, 스스로를 믿다) 88
洗塵更新(먼지를 씻어내고 새로워지다) 93
世道有明 (세상의 도리는 밝음에 있네) 99
酌盡見眞(잔을 비우니 진심이 보이네) 101
6장: 흔들림 – 다시 오고 싶은 순간들 105
誰知人生(누가 인생을 안다 하랴) 106
欲心爲昧(욕심은 어둡게 한다) 110
欲之禍門(욕심이 재앙으로 들어가는 문) 116
有欲私(욕심은 사사로움으로) 120
7장: 전환 – 삶의 자리를 옮기다 125
欲速不得(서두르면 오히려 얻지 못한다) 126
行市如修行(시장 길을 수행자처럼 걷다) 130
息之意(쉼의 의미) 134
靜中守道(고요함 가운데 도를 지킨다) 139
再入而不迷(다시 길로 들어서며) 143
滿而溢(차면 넘친다) 147
淸陽迎春(맑은 빛으로 봄을 맞이하다) 150
止而觀(멈추고 관망하다) 154
守經(기준을 지키는 것) 156
緣候不易克 (미련은 극복하기 쉽지 않네) 158
8장: 여운 – 잔이 아닌 하루 162
爲己(나답게) 163
爲友(친구가 되는 것) 165
爲言而行(언행에 대하여) 168
四十年酒友(사십 년 술친구) 173
燒酒何一杯(소주 한잔 어때) 176
毋忘常思(잊지 말고 늘 생각하라) 182
否知(아는지 모르는지) 184
부록: 空而後見(공이후견) 191
잔이 비워진 자리 192
夕惕若厲(저녁에도 두려워하고, 위태로운 듯이) 195
저녁의 시간 196
망막 수술 198
마음을 내려놓다 199
흔들리지 않은 마음 201
다시 선다 203
무위의 미학 205
금단(禁斷)의 고해(苦海) 207
차면 넘치나니 208
멈출 자리의 기준 209
글을 맺으며 211
경계 위에서, 다시 일상으로 212
無適不然(마땅함이 없으나 그런 것도 아니다) 215
에필로그 218
잔을 내려놓고, 하루를 마주한다 219
감사의 글 223
술과 함께 웃고 울며 살아온 평범한 생활인이다.
지난 사십오 년의 시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이제는 삶의 균형과 품위를 지키는 길을 조용히 모색하고 있다.
글을 통해 극단을 경계하고,
멈춤과 절제의 순간에서 자신을 돌아본다.
『酒詠頌』은 술을 다룬 기록이지만,
그 안에는 결국 삶을 대하는 한 인간의 태도와
깨어 있으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