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멈췄다.
아주 오래전 아이가 그곳에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은
어릴 적 작은 개울 빨래터를 보게 했고
골목을 접어드는 노인에게서 낯익은 동네 옛 어른을 본다.
먼지 폴폴 거리는 신작로를 어른들 틈에 끼어
걷고 또 걸어
서커스를 보러 가는 아이,
물에 적셔 툴툴 털어 입으면 금세 고실 해지는
하얀 블라우스에 분홍치마를 나풀거리며 그네를 타는 아이가 있다.
시골 생활은 행운이었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가방을 마루에 팽개치고 산으로 들로 나가 뛰어놀았고
누에를 키우는 친구네 할아버지 뽕나무 밭에서 몰래 오디를 따 먹고
자줏빛으로 물든 입술로
할아버지의 호령에 놀라 후다닥 도망쳤던 기억도.
황산,
그곳은 옛날 아주 옛날 얘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련함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시간을 잊은 그곳에 머물며.
01. 황산(黃山)
02. 황령(簧岭)
03. 청대 옛거리(淸代老街)
04. 잠구민택(潜口民宅)
05. 리양 옛거리(黎阳老街)
06. 당모(唐模)
가끔 잊을 때가 있다.
지나온 시간을, 소중한 추억을.
황산은 묻혀 있었던 보물을 찾아낸 여행이었다.
그곳을 보며 유년을 떠 올리고 사람을 기억해 낸다.
순간 속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고
순간 속 많은 것을 기억해 냈다.
자연적 침수와 풍화로 이루어진 황산의 협곡과 산새에 놀랐고
꽃처럼 피었던 황령의 그들을 보며 가슴 두근거렸다.
청대 옛거리의 강변 빨래터 아낙네를 보며 강변으로 뛰어 내려갔고
잠구민택의 가옥구조에 안타까워하던 중에 뒷문을 통해 만났던 해바라기 밭은
좀 전의 안타까움을 잊게 한다.
회색 벽에 시간이 그려낸 그림을 감상하며 걸음을 멈추게 되었고
담벼락에 핀 이끼를 나도 모르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금방 울음을 터트릴 것 같다가도 반가운 마음에 얼굴 빨개지는
‘황산으로의 시간 여행’은 유년에 흠뻑 빠졌다 나온 시간이었다.
시간을 잊은 곳, 황산을 기억한다.
옛 추억을 기억해 낸 것처럼.
사진 찍는 심리상담사 이재현은
사진으로 소통하고 자기 탐색과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포토테라피 강사와 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인물사진 전문가 과정 수료,
백석대학교 대학원 예술심리치료 석사, 심리상담사, 미술치료사,
사진치료 전문강사 자격이 있다.
저서로는
<그녀의 사진은 그녀를 닮았다> <사진에 감성을 입히다>
<아프리카 1부-모두가 꽃, 탄자니아>
<아프리카 2부-꿈처럼 다가온 세렝게티> <아프리카 3부-오래된 미래, 잔지바르>
<캄보디아 씨엠립-맑은 영혼의 사람들>
이재현과 떠나는 힐링여행
<북해도><주문도><무의도><청산도>
<블라디보스톡,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여행>등 다수의 e-book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