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는 설명이 많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은 늘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삶의 어떤 순간에서는 그 말들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말이 많을수록 머물 자리가 사라지는 때도 있다.
이 책은 노자와 예수를 나란히 세우려는 시도가 아니다.
동양적 사유와 언어의 결 위에서 성경과 신앙을 다시 바라보려는 조심스러운 시선에 가깝다.
노자의 ‘비움’, ‘약함’, ‘침묵’은 기독교 신앙을 대신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너무 서둘러 말해 온 신앙의 언어를 잠시 늦추어 세운다.
그 자리에서 성경의 말씀이 다른 속도로 들리기 시작한다.
이 책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신앙을 정리하기보다 잠시 놓아두고 어디에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도덕경의 사유를 따라가며
성경과 신앙을 다시 읽어보는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움’, ‘약함’, ‘침묵’과 같은 말들이 복음의 언어와 만날 때
어떤 울림을 만들어내는 지를 차분히 더듬어 간다.
각 장은 하나의 설명보다는 하나의 물음에 가깝다.
서로 다른 사유의 언어가 스치며 생기는 여백 속에서,
신앙을 다시 바라볼 자리를 남긴다.
장 끝에 놓인 [사유의 한마디]는
앞선 내용을 정리하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짧은 문장이다.
이 책의 목차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순서라기보다,
머무르며 다시 읽기 위한 길로 열려 있다.
영남신학대학교와 서울장신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칭화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연구했다.
그동안 목회와 학문의 자리에서
성경과 신앙을 말하고 가르치는 시간을 지나왔다.
그 과정에서 익숙한 신앙의 언어가
삶의 모든 국면을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는 감각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동양적 사유의 언어는 그 부족함을 채워 주기보다,
잠시 멈추어 서서 다시 바라보게 하는 방식으로 다가왔다.
현재는 설명보다 먼저 머무는 언어, 결론보다 삶의 방향을 묻는 사유가
성경과 신앙을 이해하는 데 어떤 자리를 가질 수 있을 지를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