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부서진 시대, 당신은 무엇을 믿으시겠습니까?
전쟁이 휩쓸고 간 1955년의 작은 읍내.
이곳에는 서로 다른 세상이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묵직한 망치 소리와 아들의 서툰 하모니카 소리가 부딪히고,
교회의 맑은 종소리가 탕약 끓는 냄새를 밀어내며,
차가운 소독약 냄새가 낡은 지혜를 비웃고,
족보의 자존심이 땅문서의 힘 앞에 무너져 내리는 곳.
그 모든 갈등의 한복판에서, 금성관 옆 한의원의 젊은 의원 박한수는
사람의 몸뿐 아니라, 시대의 아픔까지 묵묵히 짚어냅니다.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은 무엇입니까?
금성관 옆 한의원의 문을 열고, 그 가슴 저릿한 해답을 찾아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프롤로그
1부. 낡은 것과 새것 사이
1장. 아버지의 놋그릇
2장. 아들의 통기타 소리
3장. 금성관 앞 신작로
4장. 읍내 다방에서 온 편지
5장. 명절의 두 얼굴
6장. 헛헛한 마음
7장. 고집과 이해
8장. 조용한 변화의 시작
2부: 땅의 믿음, 하늘의 믿음
9장. 교회의 종소리
10장. 삼애학원의 아이들
11장. 보이지 않는 경계
12장. 기도와 탕약
13장. 오해의 씨앗
14장. 최 목사의 방문
15장. 같은 하늘 아래
16장. 마음이 향하는 곳
3부: 메스와 침술
17장. 보건소에서 온 손님
18장. 믿음의 저울질
19장. 소독약 냄새
20장. 오래된 지혜, 새로운 지식
21장. 증명할 수 없는 것들
22장. 아픈 손가락
23장. 함께 살리는 길
24장. 의술과 인술
4부: 뒤바뀐 세상
25장. 장터의 신흥 부자
26장. 몰락한 양반의 헛기침
27장. 땅문서와 족보
28장. 변하지 않는 것
29장. 묵은 감정의 싹
30장. 빚을 갚는 방법
31장. 사람의 도리
32장. 겨울을 나는 사람들
5부: 사람을 살리는 일
33장. 마른 논에 내리는 비
34장. 역병의 그림자
35장. 닫힌 마음, 닫힌 대문
36장. 한의원의 불빛
37장. 이겨내야 할 시간
38장. 작은 온기들이 모여
39장. 다시, 봄
40장. 금성관 옆 한의원, 1955
에필로그
작가는 시간이 쌓여 만들어내는 무늬를 관찰하고,
그 안에 숨겨진 서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현직 디자이너이다.
영화를 통해 이야기의 문법을, 미술사를 통해 시간이 기록된 이미지를 공부했다.
오랜 시간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며 작품과 관객 사이의 시간을 잇는 역할을 했다.
그의 모든 경험은 스쳐 지나가는 순간과 영원히 남는 기억의 관계에 대한 깊은 탐구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20여 년 전 영화를 공부하던 시절에 쓴 시나리오 두 편을 꺼내,
첫 장편소설 『시간이 우리를 부를 때』와 두번째 소설 『잿빛 무지개』를 완성했다.
이미지 속 서사를 읽고, 서사로 이미지를 그리는
그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독자의 마음속에 선명한 장면을 남긴다.
현재는 통계학을 공부하며, 우연처럼 보이는 무수한 데이터 속에서
필연의 패턴을 찾아내는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