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단편집 한 권을 위해
삶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 희망을 쓰고자 했다.
버려진 것들, 실패한 관계,
고통으로만 채워진 하루하루 속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은 기대 하나로.
『우물안에서』에 담긴 이야기들은
모두 내가 직접 살아낸,
절망의 변두리에서 주운 조각들이다.
이 글들을 쓰는 동안,
나는 마음 깊은 곳이 타들어가는 아픔을 견디며
겨우 문장 하나에 몸을 기대고
쓰러지지 않으려 애썼다.
이 책이 당신의 두 손 위에 닿는다면,
그건 내가 어딘가에 남겨둔 나 자신이
당신에게 발견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묻고 싶었다.
우리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동기가 점점 힘을 잃고,
외부의 조건과 압박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그래도 여전히 인간에게 남은 가능성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나는 그 질문을
단 한 컵의 물로 떠올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조금의 위로, 혹은 잊히지 않는 미세한 떨림으로 남는다면
소설가로서
나는,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물 안에서 겨우 퍼올린
한 컵의 물을 조심스럽게 내민다.
부디, 당신에게 닿기를.
1.오래 준비한 대답
2.도나스
3.설국
4.사랑을 묻다
5.토성의 고리
6.한낮의 태양
7.자가격리
8.블루홀
9.브레이크
10.익사
11.하늘길
12.베를린
현재 유튜브 매드사카나 채널을 운영하며 살기 위해 기록하고, 떠들고,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