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자를 꿈꾸는 취업준비생이 많다. 이는 비단 요즘의 현상이 아니라 예전에도 그러했다. 그만큼 기자는 우리 사회의 ‘대접받는’ 인기직종이다. 그렇지만 언론경쟁이 격화되면서 근무환경이 열악해지다 보니 기자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예전 같지가 않다. 이 책은 그런 시각에 대한 진솔한 자성의 기록이자, 바람직한 기자상을 제시하고자 하는 베테랑 기자의 충정의 노작이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기자들은 어떻게 취재했는지, 때로는 울분을 달래기 위해 어떻게 술을 마셨는지 기록영화를 돌려보듯 생생하게 보여 준다. 또한 기자를 그만두고 홍보실장으로서 기자를 대하면서 느꼈던 소회는 현장 기자들도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한 번쯤 귀기울여 봄직하다. 이밖에 취재 요령 등 글쓰기 방법은 기자를 꿈꾸는 취업생들에게 실전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1부 안에서 본 기자
· 너 기자하냐
· 남편 독살사건
· 세무서원 피살 사건
· 반상회 아파트 살인 사건
· 오보 특종과 밤샘취재
· 첫 기사의 추억 시체 취재
· 기사는 이렇게 쓰는 거야
· 비정상 가정의 비극 세자매 자살 사건
· 중공민항기 불시착 사건
· 포항 밀양 5인조 강도 사건
· 미용실 연쇄강도 사건
· 중곡동 은행지점 인질 사건
· 경무관 권총난동 사건
· 의령 우범곤 순경 총기난사 사건
· 대구 지하철공사장 폭발 참사
· 삼풍백화점 붕괴와 세월호 침몰 참사
제2부 편집국의 추억
· 5공의 언론탄압과 기자들의 시국선언
· 신문압수·배포금지 언론탄압 폭거
· 80년 서울의 봄과 언론통제
· 웃지 못할 강도 사건과 아버지
· 한국일보와의 인연
· 한강서 취재하다 ‘물먹은’ 더 큰 기사
· 경찰 경비전화가 당신 전화냐
· 7판(칠판) 이야기
· 사칭하다 후배에게 망신
· 재벌회장과 장관의 딸 결혼
· 탈바가지와 서울대
· 엉뚱한 표창장
· 아내에게 준 결혼기념일 선물 ‘금연’
· 아들의 퇴직금
· 월급봉투와 삥땅
· 부끄러운 보사부 촌지사건
· 다시 돌아온 언론사와 추억의 선후배들
제3부 술과 기자
· 까라면 깐다
· 수습기자의 첫 실수
· 뗄 수 없는 시경캡과 술
· 요강이 된 할머니의 밥상
· 대로변 실례와 파출소 연행
· K부장의 취중 트럭절도·
· 이마에 유리파편 넣고 다닌 P형
· 음주운전 민원 거절 결의
제4부 기자는 누구인가
·노력하는 기자, 공부하는 기자, 예의바른 기자
·기자의 꽃 사건기자
·사진기자와 취재기자
·데스크의 덕목
·지방출장 현장취재
·언론 신뢰의 독 ‘오보’
·글(기사)쓰기는 어떻게 하나
·기사 심의로 본 글쓰기 요지경
·지방부 영구보존철로 본 기자 백태
·편집부 영구보존철 ‘시지프스신화’
제5부 밖에서 본 언론
·달라진 언론 환경
·기자는 거리의 학자
·우리 시대 언론이 할 일
·신문-연합뉴스-포털 삼각관계
·신문은 과연 위기인가
·언론과 홍보의 관계
·홍보란 무엇인가
[이재열의 교육 돋보기] 니가 기자냐?
“니가 기자냐?” 2014년을 보내면서 잊고 있던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선배가 최근 출간한 책을 읽으며 책제목이 폐부를 찌른 탓입니다. 신문기자가 된지 26년째 청춘을 바친 세월동안 부끄럽고 창피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견습시절 술도 많이 못 먹고 밥도 많이 못 먹고 말도 많이 안 한다는 이유로 ‘도대체 할 줄 아는 건 뭐냐’고 쏟아지던 선배들의 질타들. 고민해 써간 원고들이 그대로 휴지통에 던져지는 수모의 순간도 떠올랐습니다. 경쟁지에 물먹은 다음 ‘꼴 보기 싫으니 아예 회사에 들어오지 말라’는 데스크의 호통도 기억났습니다.
20대 후반 아무 것도 모르고 허둥지둥 사건을 따라다니던 사건기자 시절로 돌아간 것은 책속의 에피소드들과 최근 본 드라마 탓인지도 모릅니다. 초년병 기자시절 얘기를 다룬 드라마를 보며 떠오른 쓴 웃음이 책속의 에피소드와 얽히는 순간 20대 초짜 기자시절을 떠올리게 된 것이지요. 사실 기자라는 사람들은 모일 때 마다 늘 ‘사츠 마와리(사건기자)’얘기를 합니다. 남자가 둘 이상 모이면 군대얘기, 축구얘기, 아니면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한다는 우스개 소리 처럼요.
어리버리한 사건기자시절 책속의 선배는 캡이었습니다. 사건기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시경캡. 마주치면 숨도 쉴 수 없고 어쩌다 던져지는 지시에는 추가질문도 할 수 없는 존재. 늘 무섭기만 한건 아니었습니다. ‘먹고 죽어라’는 선배들의 채근에 죽자고 먹은 술을 모두 토한 회식자리에서 등을 토닥거리거나 몇 달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은 사실을 알고 집사람을 불러내 함께 식사를 사준 따뜻함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챙긴다는 동향의 고교선배였지만 기자로서 ‘따로 특혜’는 없었습니다. ‘고지식하고 외골수이면서 눈곱만큼도 치우치지 않는 기자는 저런 모습일거야.’ 섭섭해 하면서도 어느 순간 선배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후배 따로 챙긴다는 얘기 듣기 싫은 선배처럼 선배 덕 본다는 얘기 듣기 싫어 허드렛일은 물론 야근 주말 근무까지 자청해 이를 악물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3년이 지난 즈음 기자 근성 하나는 제대로 닮게 된 것 같습니다. ‘니 배에는 칼 안 들어 가냐’는 협박부터 10억이 넘는 돈 봉투로 기사를 쓰라는 유혹을 단 칼에 잘라낸 패기를 부리기도 했으니까요. 기자 짓이 맞지 않는 듯해 3년 내내 상의 왼쪽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사표를 버린 것도 그즈음이었습니다.
세월은 많이 흘렀습니다. 저 또한 무자비한 호통과 질타로 무서운, 가끔씩만 따뜻한 캡으로 기억됐을지 모를 일입니다. 늘 미친 듯이 기사에 매달리는 기자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로 기억됐을지 역시 모를 일입니다.
일간지를 떠나 교육신문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20대의 초심을 지니려고 버티고는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신문의 시대는 아니라고, 광고 받고 좋게 좋게 기사 써줘야 먹고산다고 주변에서 충고들 합니다. 대표는 방향만 잡는 거지 직접 데스크 보고 후배들 다그치는 건 아니라고들 잔소리들도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기자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니가 기자냐?’는 선배가 후배에게 던지는 질타일 수도 있고 기자가 매순간 스스로에게 던져야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인터넷 언론이 늘어나면서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요즘 ‘기레기(기자+쓰레기)’란 용어가 생길 만큼 기자에 대한 평가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짜 기자되기는 더 어려워진 시대라고 봅니다.
아마 새해에도 광고 대신 구독료로 버티고, 남들 다 받는 사교육 광고 안 받고, 대표가 아니라 늘 기자로 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 그대로… ‘니가 기자냐?’ 후배기자들 잡들이 하면서, 어떤 회유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늘 떳떳한 신문기자로 살아남겠습니다.
한국일보 기자 26년 동안 사건기자, 대구경북취재본부장, 수도권취재본부장, 주간한국부장, 사회부장, 심의실장 등을 지내고 대기자로 퇴임했다. 이후 건국대 홍보실장과 총장비서실장으로 8년 근무후 60세로 정년퇴직후 언론사로 복귀했다. 통신사 뉴스1에서 전국취재본부장과 편집위원으로 9년간 근무하고 70세에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