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불교의 주요 경전들 가운데 하나인 《수능엄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인 ‘오음(五陰: 오온)의 마’를 우리말로 옮기고, 이 경전에 대한 주석과 해설 중 가장 잘 된 것을 번역하여 각 경문 아래에 게재함으로써 독자가 이해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말하면, 중국 허운 화상의 제자인 선화상인(宣化上人)의 해설과 중국 명나라 때의 승려 교광진감(交光眞鑑)이 지은 《대불정수능엄경정맥소(大佛頂首楞嚴經正脈疏)》에서 필요한 부분을 위주로 뽑아서 실었다.
《수능엄경》은 어떤 경전인가? 교광진감(交光眞鑑) 스님은 《수능엄경》을 “법화의 곳집이요, 화엄의 열쇠이다.”라고 했다. 선화상인(宣化上人)은 “《능엄경》은 부처님의 진신(眞身)이며, 《능엄경》은 부처님의 사리(舍利)이며, 《능엄경》은 바로 부처님의 진정한 탑이며 사원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중요한 위치와 가치를 지닌 경전이라 고대 인도는 국법으로 정하여 이 경전만큼은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금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당나라 중종 신룡 원년(705년)에 중인도 승려 반랄밀제(般剌密帝)가 중국의 광주로 와서 중국어로 번역했다.
오음(五陰)의 마(魔)란 무엇인가? 먼저 오음(五陰)은 오온(五蘊)을 말한다. 오온은 다섯 개의 덩어리(집합체. 무리)라는 뜻으로, 각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요소이다. 즉 ‘나’의 구성 요소인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이다. 색은 몸을, 나머지는 마음 작용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색(色)은 몸을, 수(受)는 감수 작용을, 상(想)은 표상 작용을, 행(行)은 의지적 마음 작용이나 행위를, 식(識)은 식별 작용을 각각 나타낸다. 사람은 이런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을 뿐 독립적 자아가 없기 때문에, 깨달음은 각 요소를 하나씩 벗기는 수행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수행 과정에서 경계의 정도가 깊어져 감에 따라 다양한 마(魔)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전에서는 오음의 각 요소마다 열 가지씩 총 쉰 가지의 마에 대해 설하고 있다. 불법(佛法)을 닦는 수행자라면 반드시 미리 알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사항들이다. ‘도가 한 치 자라면 마는 한 자 자란다’고 하듯, 최고의 깨달음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수행인(修行人)은 자칫 마에 걸리기 쉬우므로 깊이 새기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가르침들이다.
그렇다고 마에 관한 것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순으로 하나씩 벗어남에 따라 도의 경지가 올라가고, 올라갈 때마다 열리는 새로운 경계에 대한 부처님의 설법을 통해 수행자가 증득할 수 있는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다.
들어가며……3
수능엄경 제9권……19
색음(色陰) 마(魔)의 모습들……36
색음 제1마. 몸이 장애를 벗어나다……41
색음 제2마. 몸속이 환히 보여 벌레를 꺼내다……43
색음 제3마. 허공에서 설법하는 소리를 듣다……44
색음 제4마. 경계가 바뀌어 부처가 나타나다……47
색음 제5마. 허공이 보배 색을 이루다……50
색음 제6마. 어둠 속에서 사물을 보다……53
색음 제7마. 몸이 초목과 같아지다……55
색음 제8마. 장애 없이 두루 다 보다……57
색음 제9마. 먼 곳이 보이고 먼 곳의 소리가 들리다……59
색음 제10마. 선지식(善知識)을 보다……61
미혹되면 해를 입는다……64
부촉하여 보호토록 하다……65
수음(受陰) 마의 모습들……66
수음 제1마. 자기를 억제하니 자비심이 생기다……70
수음 제2마. 자기를 높여 부처와 같다고 하다……73
수음 제3마. 지혜가 부족하면 기억의 마가 들어온다……76
수음 제4마. 지혜에 치우치면 지견(知見)에 빠진다……78
수음 제5마. 험난하다는 생각에 걱정이 생기다……81
수음 제6마. 마음이 편안해지자 너무 기뻐하다……83
수음 제7마. 뛰어난 모습을 보고 자만심이 생기다……85
수음 제8마. 지혜로 편안해지자 스스로 만족하다……89
수음 제9마. 공(空)에 집착하여 계(戒)를 어기다……91
수음 제10마. 유(有)에 집착하여 음행을 자행하다……94
상음(想陰) 마(魔)의 모습들……99
상음 제1마. 선교방편을 몹시 바라다……103
상음 제2마. 돌아다니기를 탐내어 구하다……108
상음 제3마. 부처와 계합하기를 탐내어 구하다……112
상음 제4마. [사물의 이치를] 분석하기를 몹시 바라다……116
상음 제5마. 암암리에 감응이 있기를 몹시 바라다……121
상음 제6마. 고요함을 몹시 바라다……125
상음 제7마. 숙명통을 몹시 바라다……129
상음 제8마. 신통력을 몹시 바라다……134
상음 제9마. 깊은 공(空)의 이치를 몹시 바라다……138
상음 제10마. 영원히 사는 삶을 몹시 바라다……142
수능엄경 제10권……153
행음(行陰) 마(魔)의 모습들……153
행음 제1마. 두 가지 무인론(無因論)……159
행음 제2마. 네 가지 변상론(遍常論)……166
행음 제3마. 네 가지 전도(顚倒)된 견해……173
행음 제4마. 네 가지 유변론(有邊論)……180
① 삼제(三際: 과거 · 현재 · 미래) 분위(分位)……182
② 견문(見聞) 분위(分位)……183
③ 피아(彼我) 분위(分位)……183
④ 생멸 분위(分位)……184
행음 제5음. 네 가지 교란(矯亂)……186
① 여덟 가지 역(亦)으로 교란(矯亂)하다……188
② 오직 무(無)로써 교란하다……190
③ 오직 시(是)로써 교란하다……191
④ 유무(有無)로 교란하다……192
행음 제6마. 열여섯 가지 유상(有相)……194
행음 제7마. 여덟 가지 무상(無相)……199
행음 제8마. 여덟 가지가 다 같이 없다……204
행음 제9마. 끊어져 사라지는 일곱 곳……210
행음 제10마. 다섯 가지 나타난 열반……213
식음(識陰) 마(魔)의 모습들……221
마침내 망상의 근원을 파괴하고 드러내다……228
식음 제1마. 의지할 곳을 세워 의지처로 삼아 집착하다……231
식음 제2마.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집착하다……235
식음 제3마. 변하는 것을 변함없는 것으로 알고 집착하다……238
식음 제4마.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집착하다……241
식음 제5마. 만법을 낳지 않는 것을 낳는다고 집착하다……243
식음 제6마. 귀의처가 아닌 것을 귀의처로 집착하다……248
식음 제7마. 탐하지 말아야 할 것을 탐하여 집착하다……251
식음 제8마. 참되지 않은 것을 참된 것이라고 집착하다……255
식음 제9마. 정성성문(定性聲聞)……258
식음 제10마. 정성벽지(定性辟支)……262
오음(五陰)이 생기고 사라짐을 거듭 밝히다……279
다섯 겹의 망상을 자세히 보이다……286
① 색음(色陰)의 망상……286
② 수음(受陰)의 망상……289
③ 상음(想陰)의 망상……290
④ 행음(行陰)의 망상……292
⑤ 식음(識陰)의 망상……294
참고문헌……318
ss*******|2025.02.03.|10/최고예요
능엄경은 화엄경, 법화경, 금강경과 함께 불교 강원에서도 필수 교재로 선택되어 있을 만큼 중요시한 경전 중의 하나다. 어두운 필부의 눈으로 봐도 당연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제6권에 보면 부처님께서 당신의 가장 쟁쟁한 25인 제자들과 함께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수행법들 중 가장 뛰어난 법문이 어떤 것인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제9, 10권의 오음의 마’에서 수행의 진보에 따라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증험과 주의사항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행인들의 가장 확고한 지침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전의 내용이 너무 어려운 데다가 제대로 된 번역도 찾기 어려워 아쉬움이 너무 컸다. 천병술 선생의 ‘오음(五陰)의 마(魔) 수능엄경 제9, 10권’을 대하며 참으로 기쁘고 감동스러웠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영어, 한문, 중국어, 산스크리트어 등에 대한 해박한 어학능력을 바탕으로 고래(古來)의,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어권과 영어권 등에 출판된 여러 권위 있는 능엄경들과 해석서들을 참고하여, 한 자 한 자 일일이 번역하고 꼼꼼하게 주석까지 첨부한, 능엄경에 관한한 최고의 집대성을 이뤄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능엄경은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된 것을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산스크리트어 원본이 있다면 가장 원의(原意)에 가깝게 접근이 가능할 터인데, 아쉽게도 그 원본 텍스트는 발견되지 않은 것 같다. 현재는, 한역된 한문본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경이라, 한글 번역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한학에 대한 깊은 조예가 필수적적이다. 아울러 이 경에 대한 관련 국외 대가들의 해석과 강의 역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는 면에서 중국어나 영어적 접근도 절실히 요구될 터이다. 뿐만 아니라 경문에 무수히 등장하는 불교적 개념들에 대한 이해는 산스크리트어적 접근이 가장 원의에 가깝다는 의미에서 산스트리어에 대한 조예도 필요하다 하겠다.
천병술 선생께서는 고래(古來) 동서(東西)의 저명한 번역 및 주석서들을 비교 분석하고,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명나라 진감선사의 ‘정맥소’를 주석으로 활용하였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현대 중국 선가를 대표하는 고승 허운 대선사의 고제(高弟) 선화화상의 능엄경 중국어 강의를 필요한 곳마다 더하였고, 어려운 불교적 개념들은 산스크리트어 사전을 활용하여 가장 원의에 가깝게, 그리고 쉽게 풀이하여 덧붙임하고 있다. 필자가 이 책에 감히 능엄경의 ‘집대성’이라는 말로 그 의미를 살펴 드린 이유가 거기에 있다. 선생의 수행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한문, 영어, 중국어, 산스크리트어에 대한 조예가 빚어낸 작품이 바로 ‘오음(五陰)의 마(魔) 수능엄경 제9, 10권’이라 하겠다.
읽어 본 결과, 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원문과 함께 번역문, 주석을 제시하고 있는데, 원문에 충실하게, 꼼꼼하고 세심하게 번역되어 있다.
둘째,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특히, 불교 용어들과 구절들에 대한 설명은 물론, 필요할 때는 권위 있는 대가들의 설명이 덧붙여 있어 일반인이라 해도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특히, 산스크리트어적 접근도 곳곳에 눈에 띄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도 주목되는 특징이다.
셋째, 그러므로 읽고 접하는 데 부담이 없이 편안하다. 불교 경전은 어려운 내용과 한문 특유의 문어적 문체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그런 면을 벗어나 있다.
한편으로 ‘오음의 마’를 통해 던져 주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정말 가치롭지 않을 수 없겠다. 몇 가지 인용해 보겠다.
또, 깨닫고 보니 모든 것이 다 공(空)하다. 그러니 계율마저도 벗어야 대자유를 성취하는 것이다. 선가(禪家)에 적지 않게 돌아니고 있는 말이고, 그것이 참 깨달음의 경지라고 칭송하는 것도 낯설지 않다. 부처님의 평가를 들어보자.
“……환히 깨달은 가운데 텅 비고 밝은 성품을 얻으면, 그 가운데 갑자기 영원한 소멸 쪽으로 돌아가 인과가 없다고 하면서 한결같이 공(空)으로 돌아가서 공한 마음이 앞에 나타나며, …… 이때 성인의 지위를 얻었다는 견해를 짓는다면 공의 마가 있어 계를 지키는 이를 비방하며 소승이라 하고 ‘보살은 공을 깨달았는데 어찌 계를 지키고 범함이 있겠는가’라고 말할 것이다. …… 귀신의 마음이 오랫동안 들어와 있기 때문에 똥, 오줌, 술, 고기 등을 먹으면서 하나같이 모두 공하다 할 것이다. 부처님의 율의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그르쳐 죄를 짓게 할 것이다.”
주변에 자신을 신이 강림한 존재라고, 부처와 예수도 자신이 보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구절을 참고해 보자.
“항상 입으로 ‘사방 중생이 다 나의 자식이다. 내가 모든 부처를 낳았다. 내가 세계를 만들어 냈다. 나는 최초의 부처이기 때문에 세상에 자연히 출현한 것이지 수행해서 경지를 얻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것은 ‘세상에 머물고 있는 자재천마가…… 자기 권속을 시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함을 이용하여 그들의 정기를 먹게 하는 것이다.’”
어떤가? 강림했다는 신이 어떤 존재인지 짐작할 수 있는 이 가르침, 놀랍지 않는가?
‘오음의 마’는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험과 그 평가, 부작용 예방법 등을 50가지 항목 별로 설명해 놓고 있다. 수행 등급을 점검해 볼 수도 있다. 주변에 깨달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면 경문과 견주어 보라. 그의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음의 마’는 수행인이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필수 경전이 아닐 수 없다.
천병술 선생은 출가 승려도, 전문 번역가도, 불교 학자도 아니다. 이름없는 갑남을녀의 한 분으로, 스쳐지나도 모를 그런 분인데, 순전히 혼자의 노력으로 이런 걸출한 업적을 이뤄낸 것에서 또 다른 놀라움과 감동을 맛본다. 그분의 또 다른 역작 ‘수능엄경 이근원통’에서 그동안 밝혀내지 못한 ‘이근원통법’의 실체를 제시한 것에서도 그랬었다. 이런 ‘빛’의 작업이 재야에서 소리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온갖 대가들이 자웅을 다투는 말세의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하겠다.
전북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전주의 상산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역임했다. 젊은 시절부터 인간과 만물에 대한 근원적인 이치에 관심이 깊어 여러 경전을 섭렵하면서 스승을 찾던 중 중년 초반에 스승을 만나 지금까지 명상 수행을 해오고 있다.
번역서로는 『수능엄경』의 핵심 부분인 『이근원통』과 『오음의 마』를 역대 최고의 주석과 함께 한글로 옮긴 책이 각각 한 권씩 있고, 당나라 때의 시승(詩僧) 한산(寒山)의 시를 자세한 주석과 함께 우리말로 옮긴 『한산자시집 상, 중, 하』가 있다. 졸저로는 시집 『빛으로 된 새』와 수필집 『진정 아름다운 사람』 그리고 사진집 『빛으로 그린 수묵화 상』이 있다.